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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전역을 기념하며...

호랑사과 2014. 10. 16. 00:06

  2013년 1월 15일에 입대를 한 그 첫날밤은 ‘내가 정말로 군대에 왔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훈련소 때는 혼도 나고 체력이 안 돼서 쩔쩔맸다. 그 후 이수교를 갔는데 남들 부모님 외출로 나갔을 때 나는 아파서 골골거렸다. 다행히 수료 받고 자대인 대대로 갔다. 1,2개월 지나고 수송부 일을 어느 정도 배웠을 쯤에 나는 정비병으로 바꾸고 싶다고 분대장을 거쳐 수송관님께 이야기하여 정비병이 되었다. 이유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였다. 원래 차 멀미가 심해서 차를 타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운전병이 편하니까 하라는 이야기에 못 이겨 운전병을 지원했다. 거절 못한 내가 잘못이 더 크긴 하다. 아무튼 그렇게 고심 끝에 바꾼 정비병은 평소에 만들고 고치는 것을 좋아하기에 적성이 맞았다. 초기에는 실수도 하고 모르는 것도 있고 해서 수송관님한테도 크게 혼나고 그랬다. 하지만 일이 익숙해지니까 군생활이 좀 더 수월해졌다. 정비병은 운전병에 비해 개인정비가 넉넉해서 야간에 배차를 나가는 동기, 후임은 물론이고 선임들한테도 미안했다. 차를 타다가 이상 있으면 내가 고칠 수 있는 한에서는 내가 하고, 안 되는 것은 수송관님께 바로 보고 드려 해결하는 식으로 일을 했다. 드럼통을 옮기거나 땅을 파는 등 잡일도 했다. 시간이 비어 다른 처부의 일도 좀 도와주고 그랬다. 본의 아니게 차와 관련된 사고를 몇 번 친 적도 있지만 영창까지 갈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군대 갔다 와서 느낀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돕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힘든 작업을 할 때 후임부터 시작해서 다른 처부 전우까지 와서 도와서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도와준 것은 언제가 내가 도움 받는다.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라는 성악설 같은 말이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한 게 진정될 때가 있었다. 일을 덜 하기 위해 피하는 일이라든가 의사결정 할 때 다른 사람 입장 생각 안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을 하는 등이 짜증이 유발되는 대표적인 이유이다.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라는 이야기를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인정하니 크게 짜증나지 않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이 생각은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이라는 책에 있던 말이다.

  군대에서 개인적으로 한 것이 뭐냐고 하면 칠십 몇 권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한 것을 꼽겠다. 이 블로그에 간간히 올라온 독후감들이 그것들인데 사지방 이용시간에 작성한 것들이다. 사지방에서 프로그래밍 공부를 할까 했는데 매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하다가 그만한 것도 있고 나도 악기 하나는 잘 다뤄야지 해서 하모니카랑 교재를 사놓고 몇 번 불다가 눈치 보여서 그만둔 적도 있다. 만화 좋아하니까 그림도 그려볼까 했는데 인물화 책만 그리니까 재미없어서 ‘전역 후에 해야지~’하고는 그만둔 적도 있다. 그나마 꾸준히 한 것은 독서하고 뭔가를 남기는 작업을 한 것이다. 물론 중간에 컴활 2급 필기를 공부해서 합격한 것도 있는데 실기까지 본 건 아니므로 제외한다. 군대에서 개인정비를 하루 종일 TV 보는 것으로 때우기 싫어서 뭐든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했는데 정말 무난한 건 책 읽고 글 쓰는 것이다. 영어공부는 하기 힘들다. 내가 영어를 지지리도 못하는데 공부하다가 훈련 한 번하고 나서 휴가 나와 토익을 본 적이 있는데 감을 잃어서 그런 것도 있고 ‘휴가 나와서 뭐하지’라는 잡생각 때문에 집중이 안 되어 폭망한 적이 있다. 자신이 할 의지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해봐도 좋은 데 영어 좀 못한다고 하면 그냥 전역 후에 하는 게 좋을 듯싶다.

  군대 공부 이야기해서 하는 소리인데 토익 같은 어학시험은 군인에게 50%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있고 군대 안에서 국가공인자격증을 딸 수 있게 도와준다. 군대도 대학처럼 자기가 찾아서 해먹어야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이 의외로 많다. 시기와 자신의 보직만 잘 맞으면 파병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그렇다. 여담으로 파병은 일반 보병(소총수)보다는 특기병을 많이 뽑는다.

  아무튼 다시 사회로 돌아오니 여태 했던 군생활이 꿈같이 느껴진다. 어떤 간부님이 나중에 사회생활 힘들어서 군대 그리워하지 말라는 이야기했는데 많이 와 닿았다. 내 군생활은 그리움의 한 종류가 아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군대서는 더 힘든 것도 해봤다’며 힘을 내야한다. 군대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별 짓을 했던 그 간절함도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