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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독서

천재토끼 차상문 - 김남일

호랑사과 2013. 9. 1. 15:38


천재토끼 차상문

저자
김남일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간이…… 과연 진화의 종착지일까? 그로부터 여기 한 토끼인간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새빨간 핏덩이와 함께 옥문 밖으로 제일 먼저 나온 것은 머리도 발도 아닌 귀였다. 게다가 그 귀가 산전수전 다 겪은 산파조차 처음 보는 아주 긴 귀였다. 억조창생 중에 토끼가 아니라면 그런 귀가 없을 텐데, 세상에, 진짜 토끼였다. (p.18)


  로운 종인 토끼 영장류를 주인공으로 진행하는 이 이야기는 80년대 지식인의 몰락을 그려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주의에 기댄 전근대적 인물이 아니라 병적 세계 구조에 의해 생긴 새로운 변종, 토끼 영장류의 출현으로 우리의 보편적 존재 방식을 위협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모티프는 열일곱 살에 하버드에 입학한 수학천재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의 18년간의 우편물 폭탄 테러이다. 실제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인데, 이 소설에서 차상문은 사건과 유사한 방식이지만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테러’, 즉 ‘장엄한 전쟁’을 시도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 결국에는 실패한다.

  최초 토끼 영장류의 차상문의 삶을 보면서 재밌기도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사실은 읽으면서 난해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차상문이 부정하는 역사와 문화를 갖은 인류이기에 새로운 변종인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어하지 않았나 싶다. 다시 한 번 읽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봐야할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