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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체험

[20130828] 소록도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호랑사과 2013. 9. 1. 16:52

  소록도를 방문한 것이 이번이 세 번째였습니다. 처음에는 부대에서 봉사활동으로 가보았고 두 번째에는 외박 때 가족끼리 방문하여 관광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첫 번째 방문 때와 같은 이유로 방문하였습니다. 지난번 봉사활동 했을 때는 아픈신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의 집을 방문하여 방청소하는 일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몸을 씻겨드리는 일을 맡았습니다. 3명씩 한 팀으로 나누어 병동의 각 층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은 3층을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이라 어떻게 씻겨드려야 할지 잘 몰랐는데 이전에 몇 번 봉사활동을 한 선임이 알려주었는데 씻겨드리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휠체어에 앉으신 상태에서 상의 탈의를 도와드린다.

2) 할아버지를 고무 매트가 깔린 바닥에 눕혀드린 후 하의 탈의를 도와드린다.

3) 따뜻한 물을 바가지에 떠서 샴푸, 바디워시를 이용하여 씻겨드린다.

4) 상반신을 닦아드리고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수건을 깔아 드린 후 앉혀드린다.

5) 수건으로 하반신을 닦아드린 후 깨끗한 상의를 입혀드리고 하의를 입혀드리는 일은 간호사에게 맡긴다.


  이런 과정으로 할아버지들을 씻겨드렸습니다. 간호사가 고무장갑을 끼고 해도 된다고는 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맨손으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거칠한 피부, 별로 없는 머리숱, 얇디얇은 팔과 다리를 맨손으로 씻겨드리면서 ‘아, 이 약한 몸으로 삶을 버티시고 계시는구나...’, ‘어떻게 하여 이렇게 되셨을까? 안타깝다.’ 등 슬픈 감정이 밀려들어왔습니다. 씻으셔야할 할아버지들이 많이 안 계셔서 봉사활동은 금방 끝났습니다.

 

  이야기 주제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사실 소록도는 일제시대 때의 가슴 아픈 상처가 있는 곳입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이전에 지나쳐갔던 자료관 두 곳과 선물의 집 옆에 있는 검사실과 감금실을 둘러보았습니다. 솔직히 소름끼쳤습니다. 자료관에는 당시에 사용했던 도구들(주사기라든가 톱이라든가)과 한센병관련 자료들, 소록도 국립병원관련 자료들 등을 전시해 있었습니다. 검사실과 감금실은 일제시대 때 지어진 건물들인데 두 곳을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인권유린의 현장.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환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두 번째 방문을 통한 소록도의 비극을 알게 되어서 그런지 이번 방문에는 극진히 대해 드려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봉사를 통해 겸허해지고 환자분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