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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독서

잠 - 무라카미 하루키

호랑사과 2013. 12. 29. 19:00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12-10-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설×아트 하루키 문학과 예술적 일러스트의 만남! 하염없이 깨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느 단란한 가정이 있는 여인의 한 달 넘게 잠을 못자고 생활한 이야기를 적은 이 책은 어두운 일러스트와 함께 전개하고 있다. 여인은 어느 날 기분나쁜 꿈을 꾼 후 잠이 안오기 시작한다. 여인은 그 후로 생활이 조금씩 변하지만 가까이 있는 남편조차 그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술이나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는 이 ‘불면증 같은 것’을 여인은 자신의 삶이 확장한다는 의미로 받아드리게 된다. 하지만 잠을 못잔지 17일 째인 날, 늦은 새벽에 차를 타고 산책을 나갔는데 괴한들의 습격으로 위협을 받게 된다. 흔들리는 차 속에서 여인은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만 맴돌고 그저 울기만 하는 것으로 이 책은 끝난다.

단편 소설이라 책 두께도 얇아 금방 읽는 소설인데 여인이 아무것도 못하고 우는 것으로 끝나서 끝 맛이 좋지 않았다. 괴한의 습격이 상징하는 건 내 생각에는 아마 죽음이지 않을까 싶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저 눈앞에 버티고 선 두툼한 암흑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암흑은 우주 그 자체처럼 깊고 어떤 구원도 없었다. 나는 외톨이였다. (중략) 많일 죽음이 이런 것이라면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p.85)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면 잠을 못잔지 한 달 후의 이야기가 있는데 여인은 괴한의 습격을 어찌어찌 극복한 모양인 것 같다. 나는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다른 활동을 하고 싶은 쪽이지만 그래도 여인처럼 아예 잠을 못 자게 된다면 마음이 불안할 것 같다. 기분 나쁜 일, 통증 등을 완화시키는 것은 역시 잠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잠이 오지 않은 뒤로 내가 생각한 것은, 현실이란 참 얼마나 손쉬운가, 라는 것이었다. 현실을 감당하는 일 따위, 너무도 간단하다. 그것은 그저 현실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기계의 작동과 마찬가지여서 한 차례 운용하는 절차를 익혀버리면 그다음은 끝없는 반복일 뿐이다. (p.61)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다시 한 번 몸을 재정비하여 활기차게 내일을 보내기 위한 과정이므로 잠은 없어서는 안 될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잠 없이 계속 삶을 보내면 위의 내용처럼 기계적으로 일생을 보낼 것 같다.

  추가적으로 이 책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1989년, 무라카미 하루기가 <상실의 시대>와 <댄스 댄스 댄스>라는 장편소설 두 편이 성공 후 찾아 온 슬럼프를 극복함을 알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