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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 에쿠니 가오리 본문

일상/독서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 에쿠니 가오리

호랑사과 2013. 9. 20. 14:07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06-10-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냉정과 열정사이』,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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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학교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교실 여기저기에서. 세계의 요모조모를 전하는 지구촌 뉴스 같다. (p.11)


  온갖 감정이 교차했던 여고 시절의 교실은 이미 내게서 멀어졌는데, 거슬러 올라가 더듬어 보면 분명 거기에 있다. 동성에 대한 야릇한 호기심에 몸을 떠는 기쿠코처럼, 현실을 버티지 못해 정신에 금이 간 에미처럼, 우정과 연애의 경계에서 덜 영근 사랑을 하는 유즈처럼, 비만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세상을 적으로 돌리고 일기장에 독약을 처방하는 카나처럼, 빨리 성숙한 육체로 남자를 혼란케 하는 미요처럼 많은 친구들이 의미조차 규정할 수 없는 감정과 경험 속에서 허우적거렸고, 나 역시 그랬다. (p.182 - 역자 후기)


  러 여학생들이 나와 6가지의 이야기를 말하는 이 소설은 나의 중학생, 고등학생 때 있었던 시시콜콜한 일들을 회상하게 만들었다. 위의 말처럼 교실은 마치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을 한 번에 듣는 지구촌 뉴스 같다는 것에 공감한다.누가 숙제를 안 해와서 혼날까봐 긴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누구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까지 온갖 소식들을 많이 들었다. 소설의 이야기처럼 중학생, 고등학생 때는 감정이 격동하는 사춘기 시절인 만큼 이성이 통제하지 못한 감성으로 일어난 일들이 있었는지 지금으로선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지만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요소라고 생각하니까 기억이 안 나도 그것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가끔 과거의 기억과 맞닥뜨릴 땐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라는 제목은 나에게 언젠가 추억이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그것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있기에 사실은 사라지지 않고 멀어져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그렇기에 그 추억이 먼 훗날에 현재를 비집고 나왔을 땐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여러분에게 있어선 추억이란 무엇인가?